Issue 128, May 2017
전시의 A to Z: 테크니컬 라이더
Exhibition A to Z: Technical Rider
작품이 완성됐다고 끝이 아니다. 제작만큼이나 중요한 화이트 큐브에의 구현이 남았기 때문. 설치는 작품 제작의 마지막 단원이자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략의 시작이다. 이때, 작가와 기획자는 촉수를 곤두세워 공간을 탐색한다.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 작품을 설치하고 주변 작품과의 관계도 고려한다. 그런데 어떤 작가는 설치를 위해 전시 공간을 재보는 과정이 없다. ‘한번 가봐야 아는’ 작가의 ‘감’도, 작품을 싣고 나르는 수고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테크니컬 라이더(Technical Rider)’ 하나로 과정이 모두 생략된다. ‘전시 세부 지침서’ 정도로 의역할 수 있는 이 문서에는 작품을 위한, 전시를 위한 구체적인 사항이 기재돼 있다. 즉, 누구나 보고 그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해 놓은 문서다. 작업의 악보이며, 오차 없이 실현되도록 설명해주는 매뉴얼이다. 그대로 풀어놓으면 전시는 작동한다.
● 기획·진행 한소영 기자
Exhibition view of the Bruce Nauman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2015 Visuel ⓒ Luc Boegly